The Ryman Coordinates:
A Solo Exhibition by Cordy Ryman
Apr 15 — June 12, 2026
Wed–Sat 11am–6pm | Sun 12pm–5pm
Thomas Park presents The Ryman Coordinates, Cordy Ryman’s first solo exhibition with the gallery.
Ryman works with mass-produced wood—blocks, plywood, and lumber—painting, cutting, assembling, and arranging them into structures that move between painting, sculpture, and installation. Using humble materials, he creates works that respond closely to the gallery’s walls, corners, and architectural conditions.
At the center of the exhibition is the Constellations series. Composed of numerous small wooden elements, the work spreads across the wall, forming an expansive spatial field. Each piece is painted on five sides, shifting in color and form as the viewer moves. Though physically separate, the elements relate through spacing and orientation, forming a larger structure—like stars becoming constellations through human perception.
Standing before the work, the viewer may momentarily lose orientation, as if spatial coordinates dissolve. The fragments disperse without a fixed center, suggesting an open, expanding field. Yet at a certain moment, the gaze settles on a single element, revealing a compelling abstract painting within. This movement—from dispersion to focus—produces a sense of vertigo, as if entering another dimension.
By relinquishing artistic intention and conventional practices of art-making, Ryman allows chance, material, and process to guide the work. The result is not a fixed object but an unfolding event—one that extends across space and time, dissolving the artist’s position and inviting the viewer to continuously reconfigure meaning.
토마스팍은 코디 라이먼의 첫 개인전 《The Ryman Coordinates》를 개최한다. 라이먼은 대량 생산된 목재—블록, 합판, 각재—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고 이를 자르고 결합하며 배열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그는 소박한 재료를 통해 회화, 조각, 설치의 경계를 넘나드는 구조를 만들고, 작품은 갤러리의 벽과 모서리, 건축적 요소들과 긴밀한 관계 속에서 전개된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Constellations 시리즈가 놓인다. 수많은 작은 목재 조각들로 이루어진 이 작업은 벽면 전체로 확장되며 하나의 넓은 공간적 장을 형성한다. 각 조각은 다섯 면이 채색되어 있어 관람자의 움직임에 따라 색과 형태가 미묘하게 변한다. 개별 요소들은 일정한 간격과 방향 속에서 관계를 맺으며, 별들이 성좌를 이루듯 하나의 구조로 읽힌다.
이 벽 앞에 서면 관람자는 잠시 좌표를 잃은 듯한 감각을 경험한다. 중심 없이 흩어진 조각들은 무한히 확장되는 공간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시선이 하나의 작은 요소에 머물며 그 안의 섬세한 추상 회화가 드러난다. 이처럼 분산과 집중 사이를 오가는 경험은 다른 차원으로 진입하는 듯한 현기증을 만들어낸다.
라이먼은 작가의 의도와 인습적인 작업 과정을 내려놓고 우연과 물질, 과정에 작업을 맡긴다. 그 결과 작품은 하나의 고정된 대상이 아니라 시공간으로 확장되는 사건이 되며, 작가의 시공간적 위치는 흐려지고 의미는 끊임없이 새롭게 형성된다.
코디 라이먼 Cordy Ryman과의 첫 서울 전시에 대한 아이디어는 그의 작업실 방문 중 떠오른 하나의 이미지에서 시작되었다. 시간적으로, 그리고 크기에서 무한한 어떤 것이 아주 작고 순간적인 것으로 응축되는 장면이었다.
예를 들어 한 아기의 탄생을 떠올릴 때, 나는 광대한 시공간에서 비롯된 하나의 에너지 덩어리가 정자와 난자만큼 작은 것으로 응축되어 하나의 순간—잉태의 찰나—에 이르는 모습을 떠올린다.
이번 전시의 주요 작업인 Constellations는 수많은 작은 나무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작업은 갤러리 벽면을 따라 펼쳐지며 하나의 확장된 공간을 형성한다. 각각의 조각은 육각형이나 독특한 조형적 형태를 띠고, 각 면에 그림이 그려져 있어 관람자는 이동함에 따라 미묘하게 변하는 색과 형태를 경험하게 된다. 각 오브제는 분리되어 있지만, 그 간격과 방향이 서로 관계를 형성하며 하나의 더 큰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는 작품의 제목처럼, 밤하늘의 별들과 별자리를 연상시킨다.
별들은 무심히 흩어져 있지만, 인간은 별들을 연결하여 별자리를 만들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 작업 앞에 서는 순간, 우리의 시선은 의미 같은 무언가를 찾기 시작한다.
이 벽 앞에서 관람자는 잠시 방향 감각을 잃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우리가 서 있는 시공간의 좌표가 순간적으로 사라진 듯한 느낌이다. 조각들은 벽면 위에 흩어지며 중심 없이 확장되는 감각을 만들어내는데, 어느 순간, 시선은 하나의 작은 오브제 위에 머문다. 각각의 오브제는 각기 다른 형태를 띠고, 때로는 전에 보지 못한 독특한 형태를 갖기도 한다. 그 위로 손으로 그려지고 채색된 흥미로운 추상적 표면이 나타난다. 이렇게 커다란 하나의 장 위에서 하나의 점에 집중하는 순간, 마치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는 듯한 현기증을 불러일으킨다.
이 경험은 양자물리학의 관측자 효과를 떠올리게 한다. 양자역학에서 전자는 측정 이전에는 고정된 위치를 갖지 않고, 확률의 분포로 표현되는 파동함수로 기술된다. 입자는 여러 가능한 위치에 걸쳐 중첩된 상태로 존재하다가 관측이 이루어지는 순간 하나의 결과로 붕괴하며 특정한 위치와 상태를 갖는다. 관측은 가능성을 하나의 사건으로 전환시킨다. 이는 앞서 언급한 인간의 잉태 순간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라이먼의 Constellations 역시 이와 유사하게 작동한다. 처음에는 벽 전체가 하나의 연속된 장으로 읽히지만, 시선이 특정 지점에 머무르는 순간 하나의 요소가 독립된 작품처럼 또렷하게 드러난다. 이 입체적 형태들은 한 면이 벽에 부착되고 나머지 다섯 면에 채색되어 있는데, 마치 아이가 그린 것처럼 직관적이고 서투른 방식으로 그려졌다.
다섯 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다 보면 이미지는 예상치 않게 머릿속에서 커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러한 확대된 이미지 속에서 그의 작업은 바넷 뉴먼 Barnett Newman, 모리스 루이스 Morris Louis, 프랑크 스텔라 Frank Stella, 쥴스 올리츠키 Jules Olitski, 로버트 라이먼 Robert Ryman, 블링키 팔레르모 Blinky Palermo와 같은 색면회화 및 미니멀리즘 작가들을 생각나게도 하지만, 구체적으로 특정한 흐름이나 작가의 영향을 꼭집어 말하긴 매우 힘들다. 오히려 재능 있는 아이가 자유롭게 그린 그림처럼 보인다. 이러한 성격은 그가 작업의 원리로서 지속적으로 ‘우연’에 의존하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라 보인다.
그의 작업실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나는 그의 전반적인 작업 방식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그의 작업 과정 중 중요한 특징은 여러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여러 작품을 동시에 작업하는 작가들은 적지 않지만, 라이먼의 작업은 특히 강한 동시적 성격을 지닌다. 예를 들어 한 작품에 코발트 블루를 칠한 뒤 남은 물감을 다른 작업에 즉각적이고 직관적으로 옮겨 바른다. 다음 색이 노란색이라면, 그 물감이 묻은 붓을 들고 작업실을 돌아다니다가 어느 순간 ‘이곳이다’라고 느껴지는 작업 위에 붓질을 한다.
그는 또한 나무 패널 위에 우연히 생긴 자국에 칠을 하거나 다른 작업에서 잘려 나온 조각에 생긴 구멍 주위에 색을 칠하고, 나무 결을 따라 색을 입히거나, 붓을 여러 번 씻어 탁해진 물을 엎질러 난 자국을 따라 선들을 그리기도 한다. 이처럼 라이먼은 개인적이고 예술적인 의도를 내려놓고 외부적 힘이나 우연에 의지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를 통해 그는 우리가 보통 간과하는 형태와 무늬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요구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그는 예술가의 작업 과정 자체에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작업을 지켜보다 보면 칼 융의 동시성에 관한 일화가 떠오른다. 한 환자가 황금 풍뎅이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던 순간 실제로 창밖에 풍뎅이가 나타났던 사건처럼, 명확한 인과나 의도 없이도 서로 연결된 사건들이 조용한 배열을 이루며 발생한다. 라이먼의 작업실에서도 이러한 순간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듯하다.
앞서 말했듯 그의 작업은 색면회화나 미니멀리즘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의 작업은 무엇보다 루치오 폰타나 Lucio Fontana가 우아하고 단호하게 캔버스를 절개하는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폰타나의 작업은 표면 너머의 공간, 공간 너머의 시간에 접근하려는 시도였다. 그는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나는 공간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폰타나가 캔버스 뒤 공간을 여는 순간 우리의 인지 공간이 다른 차원으로 확장되는 것처럼, 라이먼의 작업 방식은 우리가 알고 있던 예술 작업의 공간을 확장하며, 우리가 위치한 좌표를 뒤흔든다. 그의 작품은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어쩌면 동시에, 사방으로 연결되면서 작품 제작에 있어 작가의 의도와 위치가 사라지는 공간에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별은 하나의 과학적 사건이며, 별자리는 그 사이를 연결하여 만들어진 인간의 의미 체계이다. 라이먼의 작업 역시 예술적 의도를 내려놓는 순간 발생하는 하나의 사건, 하나의 탄생과 같다. 이러한 수많은 탄생들은—과학적이거나 예술적인 것을 넘어— 마법 같은 사건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우리는 그의 작업이 만들어낸 좌표 위에서 우리만의 별자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박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