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mmung

Dukhoon Gim

15-29 October 2015

'병치'와 '전위'는 초현실주의의 주된 시적 수단이었다. 관련 없는 두 개의 사물을 함께 놓는 '병치'와 어떤 사물을 엉뚱한 맥락 안에 놓는 '전위'는 만 레이와 막스 에른스트를 포함한 초현실주의자들에게 중요한 방법론이었다. 언뜻 보면 김덕훈의 그림 안에선 병치도, 전위도 일어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초현실주의적인 선언도, 충격도 없고, 소리마저 없을 듯한 적요한 세상처럼 보인다. 모든 그림에 수양버들이 늘어져 있다. 수양버들이 어디서 왔는지는 알 수 없다. 수양버들이 땅으로 떨어지는 방식, 겹겹이 늘어진 장막처럼 시야를 가리는 방식, 작은 잎들이 동시에 바람에 나풀거리는 방식이 가져오는 어떤 감각과 관련한 듯하다.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언어와는 무관한 이 감각을 표상하는 수양버들에 부조리한 대중문화의 이미지가 조용하게 병치되고, 전위된다. 수양버들이라는 시각적(또는 반시각적)으로 존재하는 '순진한' 소재에 불길하게 떠도는, 부조리한 대중문화의 이미지가 병치됨으로써 그만의 묘한 '슈티뭉(Stimmung)'을 낳는 것이다.

'슈티뭉'은 분위기, 무드, 정서를 뜻하는 독일어로 니체가 그의 초기작들에서 말한 체화된 무드, 외면화된 정서를 뜻한다. 니체는 감정이나 정서가 단지 내면의 상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이루기 위한 형상화되고 조율된 몸의 자세"라면서 외면과 내면, 몸과 정신의 이분법을 극복했다.

김덕훈은 1976년 생으로 서울에 거주하며 작업한다. 2001년 연세대학교 공과대학과 2004년 홍익대학교 대학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했다. 서울 커먼센터에서 2015년 개인전 ≪Weeping Willow≫를 열고, 2014년 그룹전 ≪오늘의 살롱≫을 열었다.